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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주의와 마찬가지로, 화면연출 비평은 비평적 담론을 형성하는 길을 마련하는 데 공헌했다. 화면연출 비평은 비록 영화의 형식과 구조를 정의하는 데 도움을 주었지만, 우리가 보는 영화 대부분의 뼈대를 이루는 할리우드 영화 예술의 지배적인 형식이라는 현실을 제압하려는 의도를 보였기 때문에 일종의 회피이기도 했다. 그 발생지를 고려해서 이 형식은 할리우드 영화의 고전적인 형식이라고 알려졌으며, 보다 간단하게는 연속성 continuity( '촬영용 대본' 이라는 뜻으로도 쓰이는 단어임) 표현양식이라고도 부른다. 영화 그 자체를 보라는 것 말고는 더 이상 아무런 설명의 필요도 없이 우리들이 쉽게 영화 읽기를 하게끔 깨우쳐 주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이 지닌 투명성과 일관성 때문에, 그것은 대단히 훌륭한 형식이다.
아이젠슈타인의 몽타주, 파쟁이 내세운 길게찍기와 깊은 초점의 미학은 관심을 끄는 형식이다. 두 형식은 영화의 구조를 앞으로 끌어내어 서술 전개의 일부로 만든다. 그들 형식은 관객이 의미를 만들어내는 장치를 의식하게 만들고, 영화가 관찰하고 구성해낸 방식으로 세상을 보도록 관객에게 요구한다는 의미에서 간섭한다. 길게찍기가 세상을 관객에게 펼쳐 보여준다는 바 쟁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영화의 장치와 그것이 관찰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경우가 더 많다. 몽타주 기법은 물론 역동적이며 의식으로 파고들어서, 아이젠슈타인은 자신의 영화 만들기에서 충격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혈압과 지적인 체온을 높이려는 의도를 노렸다. 그는 이것을 '영화의 주먹질 kino fist 이라고 불렀다. 반면에 고전적인 할리우드 양식은 형식이 드러나지 않도록 해서, 관람자는 스스로 흘러가며 전개되는 듯싶은 이야기 속에서 배우의 존재만을 보아야 하고 이야기에 둘러싸여 줄거리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이야기에 참여하게끔 만들기를 요구한다. 몽타주나 길게찍기 기법과는 달리, 연속성 표현양식은 (적어도 그것을 발전시키고 활용한 사람들에 의해서는) 이론으로 정립되지도 않았고 분석도 되지 않았으며, 갖가지 규칙은 영화 제작의 초기 기간을 거치며 감각에 따라 실용적으로 발전했다. 연속성 표현양식은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에 발전했으며, 관객이 편안하게 그리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이야기를 영화인들이 만들게끔 해주었다는 사실에서 효율성이 입증되었다. 관객은 그들이 접한 이야기를 좋아했고 더 보기를 원했다. 지금도 여전히 더 많은 이야기를 원한다.
이념의 차원에서 보면, 고전적 할리우드 양식은 아이젠슈타인의 몽타주 기법이 자본주의식으로 변형된 형태이자 깊은 초점과 길게찍기라는 바 쟁의 표현양식을 세속화한 형태이다. (아이젠슈타인도 이런 사실을 인정하여 「디킨스,그리 피드, 그리고 오늘날의 영화라는 비평문에서 할리우드 표현양식이 어떻게 서구의 자본주의 이념을 전달하는지를 논했다) 그것은 관객을 회유하고 이야기와 등장인물을 전면에 내세우며, (돈을 내면서) 똑같은 내용을 더 보고 싶어 하는 욕망을 관객의 마음속에서 자극하고 충족시키는 형식이다. 그것은 또한 경제적인 생산이 가능한 형식이기도 하다. 20세기에서 상당히 이른 시기에 영화를 촬영하고 편집하는 기본적인 방법론이 일단 정립되고 나자 그런 식으로 작업을 계속하기는 아주 쉬운 일이었다. (대략 191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 초반까지에 해당하는) 할리우드 고전기에는 모든 제작사가 연속성 표현양식을 저마다 약간 변형시키기는 했지만, 모든 사람이 의존하던 기본 법칙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가 할리우드 영화 만들기의 고전적인 양식을 얘기할 때는 미학적인 측면보다 경제와 정치와 이념과 서술체에 관한 보다 광범위한 내용, 즉 서술 방식의 경제학을 논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연속성 표현양식에서 제작의 중추 역할을 맡았던 할리우드영화사 주도 체제는 다른 여러 분야의 제조 체계들이 그랬듯이 생산을 합리화하고 노동 집단을 창출했을 뿐 아니라 생산 분야와 인사 분야가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가장 많은 사람으로부터 관심을 끌 만한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언제라도 쉽게 동원하게끔 생산 부서들과 인력을 동원하는 방법을 찾아냄으로써 발전을 이루었다.반응형'영화연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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