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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면 전환과 서술성에 관한 고찰
    영화연구 2022. 5. 18. 07:10


     장면 전환이 너무 많으면 관객은 당황하거나 어려워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현실로 나타난 적이 거의 없었고, 에드워드 포터 같은 초기 영화인들은 어떤 서술상의 접착제를 첨가하기만 한다면 나란히 늘어놓은 장면들이 동시에 일어나거나, 또는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먼저 아니면 나중에 발생하는 것으로 관객이 이해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여자가 악한에게 붙잡혔거나 혹은 다른 위험한 상황에 부닥친 장면들을 영웅적인 남자 주인공이 위기에 처한 여자의 위치라고 설정된 방향으로 이동하는 장면과 대조적으로 삽입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면 남자가 위험에 처한 여자를 구하러 가는 중이라고 관객이 알아차렸다. 이런 공식은 19세기의 통속 무대극에서 유래하지만, 그리 피드는 거기에서 공간과 시간의 경계선을 영화가 넓히리라는 가능성을 내다볼 만큼 상상력이 풍부했다(팰, 1974년), 그리 피드의 관객은 그런 환각을 받아들일 만큼 상상력이 충분했으며, (서로 다른 시간에 촬영소에서 구성된 장면들을 가지고 만든 필름의 띠에서 두 개의 연속장면이 실제로는 하나씩 차례로 전개된다는) 형식상의 현실을 (주인공이 공간을 정복하고 때맞춰 여주인공을 구해내리라는 조마조마한 기대감인 정서적 현실로 대치시킨다. 이런 구성은 시간을 늘리고 공간은 좁혀서 관객이 줄거리로 들어가서 영향을 받게 되는 길을 마련해 준다. (관객과 마찬가지로) 여성은 구원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인물이 되고 남성은 영웅적인 면이 돋보이는 능동적인 인물로 나타나 남녀의 차이가 뚜렷하게 구분되었다. 그리 피드는 편협 Intolerance」(1916년)에서 이런 역할을 바꿔놓기도 해서, 감옥에 갇혀 처형을 기다리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어머니가 행동을 취한다. 물리적 및 서술상의 넓은 공간을 횡단하는 경우보다 덜 복잡한 기교를 동원할 때도 창의력과 관행이 요구되었다. 한 등장인물이 의자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나간다는 아주 간단한 동작을 예로 들어보자. 바이오 그래프 영화에서 그리피드는 이 움직임의 구성이 눈에 띄지 않도록 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구성을 발전시킨 역은 무엇이었을까? 한 가지를 꼽는다면, 그것은 공간과 서술의 장단을 자유자재로 조작하게끔 해주었다. 초기 영화의 많은 부분은 일종의 전면 前面 호 촬영 孤 影(arc shot, 대상을 중심으로 호형을 이루고 이동하면서 촬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 가상의 관객이 가상의 극장 안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 전체를 가장 잘 볼만한 위치에 촬영기를 배치했다. 이는 고정되고 융통성이 없어서, 시점을 단면적으로 제한시킨다. 그런데 왜 복잡한 편집을 통해 연속 움직임의 착각을 만들어내는가? 예이젠시테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시간적인 연속선을 잘라내어 재구성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넘어지는 장면에서 그가 끝냈던 시점보다 조금 앞선 상황으로 되돌아감으로써 아이젠슈타인은 필연적인 행동을 지연시키고 시간을 조작했다. 그는 「전함 뽀쫌낀」에서 접시가 깨지는 유명한 연속장면에서, 격분한 선원의 단 한 가지 행동을 각각 1초 길이도 안 되는 여덟 개의 장면으로 분리하여 행동을 연장함으로써 그 뒤에 숨은 분노를 강조했다. 그리 피드조차도 시간적인 연속선 구조를 절대적으로 지키지는 않았다. 바이오 그래프 시절과 그보다 얼마 후에 찍은 영화에서는, 사람들이 의자에서 일어서는 장면에서 두 번째 장면이 첫 번째 장면보다 행동의 순서상 먼저이기 때문에 마치 사람이 두 번 일어서는 듯 보이는 연속 장면이 가끔 나타난다.

    그가 발전에 기여하기도 했던 연속성 편집에서 몇 가지' 결함'을 스스로 드러내기는 했지만, 1910년대 초반 연속성 편집의 발전은 시간적 일관성의 착각 그리고 편집한 여러 부분을 관통하며 끊어지지 않는 전개라는 착각을 마련하는 특수한 역할을 계속했다. 결국 사실을 확인한 다음에야 우리는 이유를 추측해내게 마련이다. 연속성 표현양식은 줄거리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으로서가 아니라, 앞으로 나가는 식으로 줄거리를 제시하는 방법으로서 발전했다. 연속성 표현양식은 물질적인 생산뿐 아니라 서술 방식에서도 나름의 경제성을 스스로 창출했다. 영화 예술인들은 촬영을 비교적 빠르고 쉽게 해주는 형식상의 방법론을 발전시켜서, (필요하면 순서에 따라 연결해서 촬영하기도 하지만) 주어진 시간에 가장 경제적으로 촬영이 가능한 장면부터 촬영하고, 제작자와 편집자에게 많은 선택의 여지를 마련해 주기 위해 가능한 한 여러 각도에서 주어진 연속장면을 촬영하고 저마다의 각도에서 여러 차례 촬영하며, 시간적인 연속성을 엮어내고, 전개를 전환하고 (한 사람이 여러 다른 장면에서 같은 시선을 유지하도록) 눈높이를 일정하게 맞춰 편집한다.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돈을 덜 들이며 이야기가 저절로 전개되도록 보이게 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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