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구를 위한 서론

 20세기 말에는 연구 대상이 아닌 분야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대상이 왜 연구할 만한 가치를 지니는지 그리고 어떤 연구 형식을 취해야 하는지는 우발성을 포함한 다양한 요소에 의해서 결정되지만, 그런 모든 요소를 관통하는 보편적 신념은 연구 대상이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믿는 정신입니다. 그런 관심의 시각은 결국 변화하는 여러 연구 형태에서 공통된 특징으로 나타납니다. 

 

 영화의 발명 자체, 그리고 유성영화의 등장과 영화의 채색은 영화 역사상 세 가지 결정적인 혁신이었습니다. 이렇게 실질적인 영화 작업에 큰 영향을 끼친 요소는 물리학과 화학에 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영화라는 매체의 변혁에서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는 못하지만, 화면의 대형화와 텔레비전, 비디오, 디지털화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우리가 지금 논하는 연구 대상인 영화 분야에서 궁극적인 목적이나 아니면 퇴락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영상의 지속 현상, 필름 재료와 셀룰로이드에 관한 화학, 또는 색채 생산을 가감하는 방식 등이 다수의 학과 과정과 참고서와 역사책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름대로는 영화의 가장 기초적인 수단이자 가능성이며 영화 연구 교과의 핵심을 이루는 이런 분야의 연구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비슷한 얘기지만, 예를 들어 프레스넬 렌즈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 또는 이스트만 코닥의 한 제품이 다른 것보다 어떤 면에서 더 우수한지 따위의 기술에 관한 지식을 영화학도가 때로는 배우기도 하지만, 그런 지식은 지금까지 영화 연구에서 기껏해야 부수적인 선택 사항으로 취급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영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과학에 어두운 탓이기도 합니다. 또한 과학과 기술이라는 개념을 구분하는 경향, 그러니까 필자가 앞으로 객관주의와 역사주의라고 양극화해 가면서 호칭하게 될 경향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객관주의에서는 자연계에서 발견한 사실을 학문의 진실이라고 하고, 기술적 응용이란 기구를 사용하여 실용주의자들이 활용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반면 역사주의는 과학적 지식이란 문화적인 범례에 의해 이루어지며, 응용이란 일상화한 도구의 사용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도구는 그 자체가 문화적 표준에 맞추어  사용 방법은 달라지기도 합니다. 비록 많은 과학자와 기술자가 이해하는 지식과 응용의 상대적인 본질은 영화학자들이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훨씬 더 심오하지만, 더 넓은 의미의 과학적 그리고 기술적 문화는 여전히 객관주의를 고집합니다. 영화학자들은 역사주의 쪽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을 보여서, 때로는 물질, 기구, 물리 및 화학 분야에서 제시되는 가설의 집요한 저항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따라서 배우려고조차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시인하기를 전적으로 거부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영화 연구에서 과학적이거나 기술적인 쟁점이 배제되거나 극단적으로 무시되는 이유란 인식론적 착오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러한 논쟁이 영화에서 무엇이 중요한가 하는 점에 대해서 논쟁자들이 인식하는 가치 때문입니다. 순수한 과학의 입장에서 영화란 그 자체가 별개의 학문으로 연구할 만큼 충분한 가치가 없어서, 음향학이나 광학, 더 쉽게 말해 물리학이나 화학처럼 더 넓은 분야에서 하나의 예증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영화 연구보다는 기술적 담론을 가르치거나 배우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지만, 기술적 담론은 학문의 세계에서 하나의 분야를 형성할 만큼의 입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적 기술적 담론은 영화학자들에게 그들이 영화에 관해서 알고 싶어 하는 점, 그러니까 왜 영화가 그토록 매혹적이고 소중한지를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