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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터 벤야민과 영화
    영화연구 2022. 5. 16. 18:13


      독특한 영기(아우라)가 결여된 작품이라는 벤야민의 개념은 영화가 내용물에서 진본성을 제거한다고 암시합니다. 하지만 영기의 상실에 관한 벤야민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실재하는 사람들이 만듭니다. 그러나 영화 제작 과정에서의 공동 작업과 상업적인 기초 구조의 기존 형태가 전통적인 예술의 속성으로 간주하는 개인의 창조성과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영화 내용물의 창조적 권위는 이론적 및 역사적 논쟁에서 핵심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 논쟁의 일부는 믿을 만한 초기 영화 역사를 엮어내는데 필요한 자료인 초기 영화 내용물의 작가를 알아내고 확인하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20세기로 접어들기 직전과 20세기로 들어선 직후에 만든 영화의 약 75퍼센트는 지금 존재하지 않습니다. 20세기 초에서 1910년대까지 제작된 영화 가운데 그나마 현존하는 작품도 형식이나 진본성에서 의심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조 장면이 삽입된 판은 여러 해가 지난 다음에 배급업자들이 맞춰 넣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최근에 알려졌다.  포터가 만든 다른 유명한 작품 「대 열차 강도 The Great Train Robbery」(1903년)는 강도 한 명이 촬영기를 향해 총을 겨누고 발사하는 장면과 함께 배급되었다는 사실은 확실합니다. 영화관 업주는 그 장면을 영화의 맨 앞과 맨 마지막 중 어디에 연결할지를 선택하는 결정권을 부여받았습니다. 이렇게 배급업자와 영화관 업주들이 영화를 변형시키는 선택권은 앞서 나왔던 오늘날의 문제점, 그러니까 영화관의 크기나 텔레비전 화면이 영화의 모습을 결정하는 현상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의 손에서 영화의 완성이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이 영화를 유통하고, 상영하는 사람의 손에서 까지 변형되고 수선, 조작될 수 있다는 것이 현재의 개념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영화의 영기성(아우라)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삭제되어지는 것일까요.


     영화 역사를 좀 더 훑어보면 초기 영화 내용물의 진본성은 영화 제작자의 개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에릭 본 스트로하임의 영화가 MGM 사에 의해 무참히 잘려 나갔습니다. 그가 제작한 작품에 대한 스트로하임의 작가적인 권위는 MGM 사의 어빙 톨 버그 사장이 열 시간 분량의 원본을 그대로 배급하지 않겠다고 거절함으로써 꺾여버린 것입니다. 톨 버그는 탐욕을 두 시간 분량으로 편집하고 나머지 필름은 내다 버렸습니다. 스트로하임의 영화 그리고 감독으로서 그의 위치 역시 거의 완전히 무너지다시피 했던 것이지요. 진본이 아닌 가장 악명 높은 본보기라고 여겨지는 오손 웰스의 <위대한 앰버 슨가 사람들> (1942년)은 편집을 하기 전에 웰스의 통제권이 박탈되었습니다. 제작사 RKO는 일부를 재촬영하고 결말을 바꾼 다음, 「탐욕」에 대해서 MGM 사가 그랬던 것처럼 잘라낸 필름을 파기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두 경우 모두 제작사의 정책, 개인적인 불화, 경제적인 결정 요소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예술 정신과 첨예한 갈등을 일으켰습니다.

     

     지금의 관객, 감독의 입장에서는 의아하기까지 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트로하임과 웰스가 만든 영화와 제작사 측이 배급한 영화 가운데 어느 쪽이 <탐욕>과 <위대한 앰버 슨가 사람들> 의 진본인 걸까요? 두 경우는 원 작성의 문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점의 극단적인 본보기입니다. 예를 들면 작가주의에서는 내용물을 감독이라는 인물과 동일시해도 좋다고 가정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영화에 개성과 내용의 정통성을 부여하는 확고한 범주를 우리가 찾아낼 뿐 아니라, 영화를 읽는 우리의 시각도 정당성을 부여받는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작가주의 이론은, 특히 미국 영화에 적용되는 경우 사실보다 희망 사항에 더 바탕을 두어왔습니다. 현실적으로 보면 미국의 전형적인 영화사 주도 체제하에서 만든 영화의 내용물은 개인적인 상상력의 산물이었던 적이 거의 없으며, 현재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감독의 역할이란 주로 대본을 필름에 옮기는 작업, 그러니까 장면을 만들어내고 배우를 지도하는 일이 고작이었습니다. 결국 제작자와 영화사 사장이 영화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를 결정했던 것이지요.

     영화는 지극히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예술이기 때문에 다양한 측면으로부터 작가와 내용물이 구성됩니다. 한 사람이나 한 사건이 결정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영화사가 제작을 주도하던 시절에는, 계약을 맺은 대규모 제작진의 집단 작업을 통해서 영화가 탄생했습니다. 오늘날에는 대리인을 앞세운 대본 작가가 구상한 내용을 영화사에 판매하면서 작품이 잉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우와 감독을 위해 일하는 대리인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구상하고 판매하는 이 초기 단계에서는 줄거리, 인물 설정, 상업적인 호소력에 관한 많은 결정이 이루어집니다. 또한 영화를 제작사에 팔기 위한 시도의 일환으로 금전상의 협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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