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관한 이야기라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질문은 명백하고 간단하지만, 상식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영화의 제도, 관행, 관람 행위가 지닌 복합성의 핵심을 파고들어 가면 해답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용어들까지도 사람들의 불확실성을 드러냅니다. 크리스 피상 메츠가 제시한 바로는 영화란 필름 의 제작, 배급, 상영, 관람이라는 전체 과정입니다. 영국에서는흔히 영화를 상영하는 장소를 일컫습니다. 미국에서는 cinema 대신 'movie 단어를 사용하며, film은 중요한 차별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picture 표현을 쓰기도 하며, (일부에서는 지금도) 한때는 'show'라고도 했습니다.
로버트 P. 콜커는 movie 대신에 film이라는말을 쓰고, cinema라는 용어를 제작, 배급, 공개, 반응의 전체적인 과정을 가리키는 메츠의 정의에만 제한해서 적용하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쉬운 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film과 Cinema는 우리 생활에서 너무나 익숙해진 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 두 용어를 정의하고 구분하고 분석하는 작업은 어렵기도 하거니와 많은 사람에게는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대로 내버려 두었으면 좋을 만한 일이 많은데, 영화 movie가 바로 그런 것입니다. 영화라고 하면 이야기와 등장인물과 정서가 가득한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영화는 완성되고 완전한 존재로 우리가 보아주기를 기다립니다. 눈에 보이는 이상으로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너무나 단순해 보이고 우리 삶에 영화가 미치는 영향이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니 말입니다.
우리에게 누군가 "영화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면 가장 먼저 나오는 대답은 "영화관에 가거나 비디오 혹은 텔레비전으로 보는 것”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분히 직설적인 대답이지만, 실제로는 몇 가지 다른 질문에 한꺼번에 대답한 셈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다르면서도 밀접하게 관련된 내용물들을 설명하기에 보다 적절한 표현입니다. 내용물이란 일관성을 갖추고, 이해가 가능하며, 한계가 분명한 구조를 지닌 의미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내용물은 줄거리나 서술 따위의 어떤 틀 속에 서로 연관된 (영상, 대사, 음향 같은) 복합적인 요소가 담긴 무엇을 가리킵니다. 내용물의 모든 부분은 서로 연관성을 지어서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말하고자 하는 공통된 목적을 위해 상호 작용합니다. 일반적인 용어로는, 내용물이란 소설이나 시집처럼 구체적인 무엇을 의미합니다. 교과서가 무엇인지는 모두 잘 압니다. 하지만 회화 역시 내용물입니다. 텔레비전의 쇼, 나아가서는 텔레비전을 보는 전체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상 의미를 만들어내는 사건은 외적 경계선과 내부 구조를 분리하여 제시하기가 가능하며 (내용물의 조건이 완전해지려면 누군가 보고, 읽고, 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우리의 반응까지 합하면 내용물이라고 불러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것을 영화와 관련지어 생각해 본다면 물질적, 서술적, 경제적, 문화적이며 제작, 배급, 상영, 관람의 과정을 포함하는 영화 내용물을 정의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우리는 깨닫기 시작합니다.
극장에서 영사막에 비출 사진 영상이 담긴 대여섯 권의 35밀리미터 플라스틱 띠, 또는 우리가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리는 카세트 속에 담긴 수백 피트 길이의 플라스틱 코팅 자성 테이프 같은 영화의 물질적 요소는 내용 물성의 한 단면을 이룹니다. 텔레비전 수상기로 방영하는 비디오테이프는 극장에서 영사하는 35밀리미터 영화와는 같지 않습니다. 얼핏 생각해도 두 가지는 관람 조건부터가 다릅니다. 어두운 극장 안에서 영사막에 비추는 고해상도 영상을 보면서 형성되는 집중력은 밝고 어수선한 거실이나 안락한 침실에서 브라운관에 나타나는 작은 저해상도 영상을 볼 때의 집중력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영상과 영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텔레비전이나 비디오테이프의 영상은 작기도 하거니와 정사각형에 훨씬 가깝습니다. 영화를 비디오로 옮기는 작업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영상의 양쪽 옆이 잘려 나가는데, 만일 구부러진 대형 영사막을 위해 촬영한 원본에서 옆으로 옮겨가며 비디오테이프에 맞춰 잘라낸 경우에는 영상이 3분의 2까지도 사라집니다. 크기와 해상도 그리고 반응의 차이로 인해 텔레비전으로 보는 관람은 영화관에서의 관람과 다른 구조의 내용물을 낳습니다.